Q. 동시와 동화로 여러 번 수상하셨는데요, 청소년 시집을 쓰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지금껏 살아온 제 삶을 돌아보면 늘 아이들과 함께였습니다. 17년 전 엄마가 되면서 아이를 품안에서 가까이 지켜보게 되었고 글쓰기와 독서지도를 하며 15년 넘게 아이들을 만나고 있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동심을 읽을 수 있었고 동시, 동화를 쓰게 되었죠. 그러다가 제 아이가 어느덧 중학생 고등학생이 되고 저의 관심도 자연히 청소년 시란 장르에 가 닿았습니다.
Q. 독서교육으로 이름난 봉원중학교 학부모독서회를 이끌고 계시는데요, 모임 활동이 이 시집에 준 영향이 있나요?
A. 백화현 선생님이 독서지도로 열의를 다한 봉원중학교에는 독서회가 3기까지 있습니다. 올해 또 4기가 만들어질 거고요. 제 인생에서 잘한 일 몇 개를 꼽으라면 엄마가 된 것, 글을 쓰는 사람이 된 것, 그리고 독서회에서 사람들을 만난 것입니다. 엄마라는 공통분모, 그것도 중학생을 둔 엄마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아이들 얘기, 살아가는 얘기를 책과 더불어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함께해서 행복합니다.
시집 속에 나오는 얘기 중 상당 부분이 ‘시나브로’ 엄마와 아이들의 얘기입니다. 그건 곧 지금, 동시대를 사는 부모와 아이가 동고동락하는 생생한 이야기란 뜻입니다. 그 외에도 중?고등학생을 둔 부모들을 위한 카페에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얻었습니다.
Q. 이 시집은 특히 큰 아이와 작은 어른의 소통을 네 명의 캐릭터를 통해 풀어내는 것이 인상적인데요, 어떻게 구상하게 되셨나요?
A. 우리나라 교육은 문제가 참 많습니다. 길고양이도 고개를 끄덕일 것입니다. 유치원을 들어가는 순간부터 부모들은 우리 교육을 바꿔야 한다,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다, 문제다 문제야 하며 한목소리로 소리 높입니다.
과연 누가 어떻게 언제 바꿀까요? “누가, 어떻게”는 전문가들의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언제, 이것도 저의 능력 밖일지 모릅니다. 다만 바뀌는 그날이 오기 전에 부모가, 아이들이 지쳐 쓰러지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미 다자란 어른들은 청소년기를 잘 압니다. 이미 경험했으니까요. 그리고 아이들은 어른을 향해가는 작은 어른입니다. 서로 미워하다가 좋은 시절 다 가버리면 국가나 학교가 책임져줄까요? 당장 행복해지고 싶습니다. 지금 당장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요.
아이 마음을 아는 부모와 어른이 되려는 아이가 서로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누구의 간섭도 받고 싶지 않은, 이제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아이들과 청소년기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어른들이 서로 ‘이해’라는 걸 하고 살면 얼마나 좋을까, 개구리가 올챙이 적 다 잊어버리듯이 어른들은 자신의 청소년기를 자주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때로 돌아가 보면 지금의 아이들을 이해하는 데 그리 어려울 것 같진 않은데 말이에요.
이 시집이 어른들에게는 자신의 청소년기를 돌아보게 하는 타임머신 역할을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기를 바랍니다. 옛날에 엄마 아빠 때 개구쟁이는 누구였고 이런저런 친구가 있었단다, 지금 너희 반에 그런 친구는 없니? 등등의 대화를 나눌 때 말머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같이 읽고 이야기를 하면 공통분모를 찾을 수 있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또한 너무 진지한 건 아이들 몫이 아닙니다. 한번이라도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친구가 되는 시간을 주고 싶어서 어른과 아이가 서로 통할 거리를 주려고 하다 보니 네 명의 가족을 등장시키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그런 시를 쓰게 되었습니다.
Q. 국어교사이며 시인이며 독서교육전문가이신 여러 선생님이 이 시집을 추천하시면서 공통적으로 ‘청소년들과의 자연스러운 눈맞춤’에 감탄하셨습니다. 청소년기 자녀들과의 소통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님들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A. 성적,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우리나라에 사는 부모님들은 모두 도를 닦고 계실 텐데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 같아요. 서로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다 시대의 피해자다, 그러니 피해자끼리 잘해보자. 으쌰으쌰, 의기투합하기. 아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기, 부모가 답을 내리지 않기.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들이 답을 내리게 하기. 그게 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그 길을 가는 이 세상의 많은 부모님이 있습니다. 그 부모들과 책모임을 한다든지, 아이들에게 다양한 미래를 안내하는 모임을 꾸린다든지 하면서 건설적으로 친해지는 방법들을 모색했으면 합니다.
저자 소개
김미희
제주 본섬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우도에서 태어났다. 본섬으로 나가 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대학을 다녔다. 결혼해서 고래 도시 울산에서 십여 년을 살다가 지금은 서울과 천안을 오가며 지내고 있다.
200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달리기 시합〉이 당선되면서 글쟁이가 되었다. 푸른문학상 동시와 동화에 각각 당선되었고 제6회 서덕출문학상을 받았다. 〈하늘을 나는 고래〉로 장생포 고래창작동화 대상도 받았다. 울산동여자중학교 사서교사를 지냈으며 3년째 서울 봉원중학교 학부모독서회 ‘시나브로’를 이끌고 있다.
아들딸에게 로션 발라주고 여드름 짜주고 아침마다 머리도 말려주며 ‘엄마 놀이’를 즐기고 있다.
작품집으로 《달님도 인터넷해요?》, 《네 잎 클로버 찾기》, 《동시는 똑똑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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