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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초등학교 vs 사립초등학교

현실적인 비교 

추가) 누군가 이 글을 뒤늦게 다시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면 한번 생각해 보길 바라는 마음에서 원래 글에 덧붙인다. 나 역시 한 사람의 학생이었다가, 성인이 된 후 다시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 서 봤던 경험과, 이제는 학부모로서 1년을 경험하고 나서 다른 학부모가 학교에서 어떻게 대처하는게 나을지 쓴 글이라서 애시당초 교사를 옹호하려는 의도는 1%도 없었다. 그럴 생각도 없다.


나 역시 공립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냈고 그리고 실망한 점을 한가지 적었는데, 사실 실망한 점들을 적으라면 여기에 적은 것들은 새발의 피고 밤을 새도록 자판을 두드려도 모자란다. 


나 역시 공립초등학교를 나왔지 사립초는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사람인데, 어쩌다 사립초등학교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을 일할 기회가 생겼고, 그 덕에 사립초등학교 시스템을 들여다 볼 기회가 생겼다. 


내가 가장 말하고 싶은 한 가지는 마인드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내가 일했던 사립초등학교 교장, 교감 선생님은 학생 이름을 거의 다 안다. 학생들 얼굴도 거의 다 안다. 심지어 엄마들까지도 대강 안다. 그게 사립이라서 학급수가 적어서 그럴거라고 생각하나? 내가 있었던 학교는 한 학년 당 3학급씩 24-25명 정도였는데 전교생이 450명 안짝이다. 


지금 내 아이가 다니는 공립초등학교가 학생이 많으면 모르겠는데, 1학년 학급은 5반이지만 고학년들은 학급이 점점 줄어서 6학년은 3학급 밖에 없다. 거의 비슷하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이 아이들 이름을 아나? 얼굴을 아나? 기본적으로 알려고 해본 적이나 있을까 싶다. 훈화 말씀 같은 건 해도 1년 동안 한번도 교장 선생님이 학교 돌아다니며 애들 이름 불러줬다거나, 애들 이름 물어봤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단언하는 건 내가 일했던 사립초등학교가 만약 전교 3학급이 아니라 5학급씩이었다고 해도 그곳의 교장, 교감선생님은 아이들 이름을 다 외웠을거라는 거다. 처음 아이들이 입학하면 교장 선생님이 아이와 부모님과 인사하며 계속 이름을 물어보신다. "너는 이름이 뭐니?" 


그렇다면 사립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월급을 대단히 많이 받고, 공립초등학교 교장 선생님은 월급을 적게 받나? 사립학교가 비싸다고 하지만 그 돈을 선생님들이 받나? 


사립학교 재단들이 더 짜다. 공립보다 월급이 더 적은 경우가 많고, 기간제, 계약직 교사도 많이 쓴다. 돈 아끼려고. 20년을 일한 교사도 생각보다 월급이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런데도 선생님들은 자기 반 뿐만 아니라 옆반 아이들 이름도 거의 다 안다. 


아니면 사립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교장선생님부터 일반 교사들이 머리가 더 좋아서 아이들 이름을 외우나? 

나도 이곳에서 일할 동안 500명에 가까운 전교생 이름을 거의 다 알고 있었다. 


공립 학교 교장 선생님은 할일이 그렇게 많아서 아이들 이름 외울 시간도 없고 물어볼 시간도 없는 걸까? 

아니면 은퇴후 연금이 차이 나서? 


내가 공립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공무원같이 느껴졌다는 게 이유가 있지 않은가? 관리자 역할만 할 뿐 교사라서 역할을 얼마나 해주고 있는걸까? 초등학생은 특히 아이들이 어려서 기본적인 정서적인 교류도 중요한데, 이 부분은 완전히 칼로 도려낸 것처럼 느껴졌다. 


결국 공립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자기가 평생 일할 학교가 아니니까, 4년있으면 대부분 떠날 학교니까 신경 안쓰는 거지 않나? 교사로서 직무 유기 아닌가? 


사립학교 선생님들은 대부분 기회가 되면 시험 쳐서 공립학교로 옮기고 싶어한다. 일단 같은 공무원이 되면 그냥 교사인거지 교장이나 교감이라고 자기를 함부로 터치할 수 없다. 그냥 각자 자기 일 하는 거다. 사립재단은 학교 상황이 안좋다고 아껴야겠다고 설 상여를 안주는 일도 있다. 공립은 공무원이니 이런 경우가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면 단순히 사립이 비싸니까 학생들한테 잘 해주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반 대도시에서 일하는 공립 선생님들이 사립보다 더 처우가 나쁘지도 않은데 왜 더 아이들한테 신경을 써주지는 않는 것처럼 느껴질까?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만 그런거라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순환제가 우수한 교사가 여러 지역을 돌며 가르친다는 장점도 있지만, 그런 장점을 느낄 만큼 좋은 선생님의 역할을 열정적으로 해주시는 공립초등학교 선생님을 아직까지 내 아이 학교에서는 몇 분 빼고 얘기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똑같은 돈 받고 일하는데, 공립초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신경을 너무 안쓰고 있다고 생각되지 않나?

우리가 직접 돈을 주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나라에서 우리 대신 충분한 보수를 지불하고 있지 않나? 

과거 60-70명씩 다니던 콩나물 교실같은 열악한 현실도 아닌데, 사립 한반이 20명-25명이면 공립도 거의 비슷한 요즘이지 않나? 많아봤자 30명이다. 


내가 볼 때는 선생님 몇 분 빼고는 받는건 받으면서 사립초등학교 선생님들의 절반의 절반도 신경을 안쓰는 것 같다.


학교 자체도 그렇다. TV에서는 맞벌이 부부 부담을 덜어주네, 워킹맘 허리를 펴게 해주네 계속 뉴스가 나오던데 3월 입학식부터 신입생 학부모 설명회, 학교 설명회, 여기에 학부모 상담까지 4번을 오라고 가정통신문을 보내는데 어이가 없었다. 


사립초에서는 학부모의 학교 방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입학식 날 하루에 신입생 학부모 설명회와 학교 설명회까지 다 끝난다. 짜임새 있게 하루에 다 할 수 있다. 그리고 학부모 상담이 있을 뿐이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아이가 다니는 공립초등학교에서는 그냥 올 수 있으면 오고, 오지 못하면 말라는 식인 것 같다. 직장인이 어떻게 매주 휴가를 내나? 가정통신문 부여잡고 황당해서 멘탈이 가출할 것 같았다. 사립학교에서 어떤 식으로 하는 지 알았기 때문에 더 기가 막혔던 점도 있다. 그렇다고 불참한 학부모에게 따로 무슨 피드백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참석 여부 표시하라는 가정통신문만 날리니 무성의 하다고 느껴질 수 밖에. 사립은 불참한 학부모에게 담임이 직접 전화해서 그 날의 행사 내용을 알려주거나 학교 알림 사항에 공지를 띄운다. 유치원도 이렇게 했는데 왜 공립초는 안해주나? 학교가 사립처럼 규모가 작은데도 해주는 게 없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을 썼다. 그럼 그렇게 공립이 싫으면 사립을 가든가~라고 말할 문제인가?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립을 다니는 현실에서 공립학교는 사립학교 절반 만큼이라도 아이들 신경쓰고 학부모 배려 해주면 안되는건가? 


사립은 돈 많이 내고 공립은 돈을 많이 안내니까 감히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국가에서 사립초에 비해 공립초 선생님들에게 안해주는 게 뭐가 있나?  공문에 파묻혀서 애들 이름을 못부르나? 비아냥 거린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중고등학교는 모르겠지만, 1년 동안 겪었던 공립초에서의 이런 저런 일들을 생각하면 비아냥이 저절로 나온다. 


아이들 이름은 교사로서 기본 아닌가? 담임을 제외하고 아이들 이름을 불러주는 문화 자체가 없다. 우리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한반에 50,60명이 있으니 그렇다고 치자. 지금은? 


만약 공립초등학교에서 교장선생님이 솔선수범해서 아이들 이름을 기억하고 한명 씩 신경을 쓴다면 평교사들이 영향을 안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교장선생님들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장학사 오면 같이 밥먹고 아이들 인사나 받고 결재 도장이나 찍고 그러고 계신 건 아닌지. 그리고 일반 평교사들은 그런 교장선생님이 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두렵다. (혹은 교장이 뭔가 해보려고 해도 너도 교육공무원이고 나도 교육공무원인데 뭘 하라는 거냐, 어차피 곧 떠날 교장이다라는 식으로 복지부동 자세라 아예 아무것도 시도해 보지도 못하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면 더 끔찍하다. 임용시험 합격한 머리 좋은 선생님이 들어가도 별로 달라지는 게 없는 공교육은 뭐가 문제인걸까? 오히려 사립보다 지나치게 안정된 자리가 문제인 건 아닌가? )    


예전 사립초 교장선생님은 입버릇처럼 미국 공립초등학교 교사들이 그렇게 아이들에게도 잘해주고 교과 연구도 열성적이라고 말씀하셨다. 신분 보장도 안되고 방학 동안 월급도 안나오는데. 이 말을 끝에 꼭 붙이셨다. 나는 미국에 가본 적이 없어 모르지만, 이분은 시찰도 많이 가셨고, 손주 몇이 미국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더 느낀 게 많으셨던 것 같다.  이따금 미국이나 영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의 이민기를 읽다보면 종종 '여기 선생님들이 아이에게 이러저러하게 배려하고 잘해주셔서 적응을 잘 할 수 있었다.'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정말 그곳 교사들이 100% 다 그런 것도 아니겠지만, 우리 나라 공립초 교사들의 처우를 박하게 해주는 것도 아닌데, 왜 아이들을 한명씩 인격적으로 대하는 기본적인 마인드 자체가 느껴지지 않는 걸까? (아니 오히려 우리 나라에서는 초등 교사가 선호 직업 1위를 오르내리지 않나?)

   

요즘은 정부 지원을 받아 학교 시설이나 교구, 기자재가 공립이 더 좋은 경우도 많다. 단순한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좋은 학교, 좋은 교실을 만들겠다는 그런 의지를 갖고 계신 분이 얼마나 될지 쓴소리 해보고 싶다. 결국 사람은 자기 밥줄이 걸려 있어야 움직인다는 인정하기 싫은 결론에 도달하는데, 공교육을 위해서 그렇게 밥줄이 안걸려 있어도 열정적인 진정한 교사가 많아져서 내 아이의 담임이 되어주길 희망한다.  


주변을 보면 학원에는 기대를 걸어도 공교육에 기대를 거는 엄마들은 보지 못했다. 공립초등학교에 대한 나의 불평불만은 이미 고려하지도 않는 상황이 된 건 아닌가 싶다. 눈치 빠른 학부모들은 아예 기대 자체가 없는데 나만 어리석게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학교가 아이들 학습도 책임지지 못하면, 정서적인 차원이라도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사립보다 공립초등학교에서 해주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1년동안 1학년 아이들에게 친절한 선생님 이야기도 별로 못들었다. 그렇다면 결국 학부모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지 않겠나? 도대체 돈받고 해주는 게 뭐야? 라고. 공립초 선생님들이 초등학교라는 특성 상, 관리자로서의 면에 안주하지 말고 아이들에게 더 신경써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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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글은 상당히 위험하지만 


사립초등학교에서 10년간 근무했던 경험이 있기에 한번 써본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사립이냐 공립이냐는 부모들이 상당히 고민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사립과 공립 초등학교를 둘다 경험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 둘 다를 동시에 경험해본 부모는 만나보기 쉽지 않다. 


우리는 모두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다녀봤기에, 교육 문제에 대해 각자의 나름대로 확고한 생각들을 갖고 있다. 당연히 나도 내가 직접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기 전에는 막연한 내 나름대로의 인상들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 입장에 서게 되자 상당히 다른 관점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했다.




사립이든 공립이든


솔직하게 말해서 사립이든 공립이든 교사는 교사 편이다. 학교라는 공간의 문제를 떠나서 선생님도 사람이고 학교는 교사에게는 직장이다. 그래서 정말로 학생과 선생님 사이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학생이 아니라 심정적으로 선생님의 편을 들게 된다. 오랫동안 같이 일해온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 점을 학부모들은 생각해야 한다. 정말 일을 끝까지 몰아부쳤을 때, 학교에서 동정이나 지지를 받기가 쉽지 않다는 거다. 내 아이는 그냥 지나치는 존재이지만, 교사는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하고, 술을 마시고, 엠티도 갔다온 서로 친한 사이라는 거다.  우리는 나와 가까운 사람의 편을 들기 쉽다. 


아이들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전화로 얘기하기보다 직접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서 얼굴을 맞대고 말하는게 효과적이다. 내 아이에게 심각한 문제라도 전화로 얘기하면 그 의미가 반감된다. 아무리 바빠도 학교에 직접 찾아가야 한다. (찾아가서 소리를 지르고 진상을 떨라는 게 아니다.) 교사도 사람이라서 부모가 찾아가서 진심으로 얘기하고 부탁하면 정말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 의미를 알아준다. (나는 1학년 담임선생님에게 이렇게 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똑같은 교사로서의 경험이 있다보니 이것이 그 선생님만의 교육방식이라는 점 때문에 오히려 함부로 터치하지 못하는 영역처럼 느껴진 탓도 컸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러지 않으려고 한다. 한때 교사로서의 경험을 했다고 해서 지난친 동질감으로 담임 선생님을 대하며 내 아이를 손해보게 하는 괜한 바보짓을 한 것이다.)  




가마니가 되지 말아야지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내 아이를 위해서 말해야 하는 것은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야 한다. 교사는 자기가 맡은 반이 별 일 없이 무난히 1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 그 안에서 누가 어떤 일이 생기고 누가 상처를 입는지에 관심이 있기보다는 그저 일단은 자기가 맡은 시간에 큰일이 나지 않는게 상책이다. 


내가 겪은 사립초등학교는 그나마 이런 성향이 덜하고 선생님들이 자기가 맡은 반 아이들에게도 신경을 많이 쓴다.  그만큼 부모들의 요구에 부응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립이다보니 근본적으로 학부모들이 교장이나 교감을 직접 만나 상담하는 일이 잦고 수월하다. 과장을 좀 보태면 수위아저씨 만나는 것만큼 편하고 쉽다. 그래서 담임교사들이 아이에 대해 직접 교장으로부터 이런 저런 요구도 많이 받게 되어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다. 교장 입장에서는 학부모들의 요구에 섬세하게 응해야만 좋은 학교로 소문나고 내년도 입학 지원이 많아진다. 사립초등학교에서 입학 지원자가 줄어든다는 것만큼 공포스러운 일은 없다. 학교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니만큼, 매년 각 사립초등학교의 원서 경쟁률을 체크하고 좋은 학교라는 학부모의 평판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아이들에게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이와는 반대로 공립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보니, 반대표가 아닌 엄마가 교장, 교감선생님과 대화를 요청한다는 것은 무슨 큰일이 났을 때만 일어나는 일이다. 무슨 일이 생겨도 상담할 창구가 많지 않았고 쳐다 볼 사람이 담임 선생님 한명 뿐이었다. (그런데 담임과 문제가 생기면 누구한테 말해야하지?) 게다가 공립은 입학생이 줄거나 말거나 아무 상관이 없다. 학교가 폐교가 된다 해도, 공무원인 선생님들은 다른 학교에 배치된다. 즉, 아이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시스템이다. 


내 아이가 다니는 이 공립초등학교에서도 여러 가지 사건이 많이 있었는데, 엄마들이 교장선생님에게 가서 얘기를 해도 별 소용이 없었다는 말도 들었다. 문제가 일어나는 걸 싫어하신다는 말이 들려왔다.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공립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정말 민원인을 대하는 공무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이 학교에도 좋은 선생님이 계시다는 가슴 따뜻한 일화도 몇 개 들었지만, 서너분의 선생님을 빼고 다른 선생님들은 지극히 공무원 같았다. 그래서 이제는 공립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에 대한 눈높이와 기대가 완전히 낮아졌다.  


선생님이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내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건 유치원으로 끝이다. 초등학교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면 그 자체만으로 복인거고, 공립이라면 기적이다-! 라고 감히 말해본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5년간은 기적이 일어나길 바래본다.) 





나도 내 아이의 일어서기 사건을 겪으면서 사립초등학교를 보내지 않은 걸 한동안 굉장히 후회했다. 사립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되서 더 그랬다. 우윳값과 방과후 수업 정도의 돈이 드는 공립과 월 100만원 이상의 돈을 지출해야 하는 사립을 비교한다는 게 어불성설이다. 사립초등학교는 6년이면 7천 2백만원이다. 하지만 학원도 보내게 될 테니 1억 이상의 돈을 쓰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쉽게 보낼 수 있는 곳은 아니다. 


사립 다니면 온실 속 화초가 된다며 반대하는 사람도 있던데, 그런 면이 아주 없지만은 않다. 그래도 워킹맘의 입장에서는 사립의 많은 것이 부러워 보인다. 어쨌든 이미 사립을 보내지 못한 판에 가만히 있으면 안되고 자꾸 이야기하는 엄마가 되야 한다. 그래야 선생님도 한번 더 돌아보고 신경쓰는게 사실이니까.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내가 1학년을 겪으며 느낀 것 하나는 선생님도 사람인지라 예쁜 엄마한테 함부로 못하고, (잘해주고) 또 누구 엄마가 엄마들하고 친하더라 이러면 또 함부로 못하더라는 것이었다. 자주 문자로 묻고 전화 통화하거나 찾아가는 엄마들에게는 당연히 더 함부로 못하더라-하는 것이 나의 관찰 결과다. 어찌보면 굉장히 유치한데 이게 내가 느낀 점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싶지만 여기서 조용히 접겠다.


 



뜻밖의 차이 한가지


또 한가지 공립과 사립의 차이를 느낀 건 뜻밖에도 학교 오케스트라였다. 사실 시설 자체는 사립이라도 낡은 건물을 사용하는 학교도 있고, 공립이라도 새로 지은 학교가 있어 그 자체를 따지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내가 가장 큰 차이를 느낀 건 첫번째가 학교와 선생님들의 태도였고, 두번째가 오케스트라였다. 


나는 사립초등학교에서 일할 때, 매년 학교 오케스트라의 연주회에 참석했는데, 그 때는 그 연주가 잘하는 건지 전혀 몰랐다. 당연히 아이들이 연주해도 그 정도의 소리는 나오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공립 초등학교에서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정말 예전 사립과 비교하면 놀랄 정도로 불협화음이었다(!) 


친한 엄마가 연주 어땠어요? 하는 물음에 나는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엉망진창이야!" 

아이들이 하는 연주라서 똑같이 사랑스럽지만, 어쨌든 그 수준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그런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가 않을 것이다. 많은 아이들이 실제 프로 연주자가 되려는 것도 아니고, 학창시절 한번 '오케스트라'라는 활동을 경험하는 걸로 만족할테니까 말이다. 그리고 부모에게는 잘하든 못하든 너무나 자랑스러울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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