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조선통신사] 네 인생의 리모컨은 내 손에, 비디오게임 속 막장 헬리콥터 부모 기사등록 2019-02-15 15:22:12 (수정 2019-02-15 15:22:12) -- [hc_hd_190215_001.jpg] 사회 용어 중 하나로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라는 말이 있다. 정상적인 부모와 자식의 범주를 벗어나 갈등을 빚고 있는 막장 부모의 유형 중 하나로 헬리콥터와 같이 아이를 맴돌며 감시하고 인생사에 대한 모 간섭이 심한 부류를 의미한다. 이런 유형의 부모는 처음에는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진심 어린 애정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집착 끝에 자식을 목적을 실현하는 도구로 사용하게 될 정도로 우선순위가 뒤집히는 막장 사례까지 등장하기 시작했다. 현실에도 알게 모르게 이런 헬리콥터 부모의 이야기가 알음알음 소개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지만 인간의 상상력을 빌어 만들어지는 창작물에서는 끝내 자식의 선택권을 빼앗고 멋대로 조종하는 등 막장도가 더욱 극대화된 헬리콥터 부모의 사례들을 만나볼 수 있다. [hc_hd_190215_002.jpg] 자식을 명문대에 보내겠다는 일념 하에 자식의 일거수일투족을 쥐락펴락하는 입시 코디네이터와 관련된 암투를 다룬 드라마 그런고로 이번 주제는 '비디오 게임 속 최악의 헬리콥터 부모'가 되겠다. ■ 잘 키운 딸 하나 열 제물 부럽지 않다 [hc_hd_190215_003.jpg] -- 가르치는 방식이 혹독하긴 해도 세계 멸말 일보 직전인 불가피한 상황인지라 정상 참작이 가능할까 싶었지만 사실 네팔렘의 세상이 천사건 악마건 누군가의 손에 결딴나기 일보 직전이라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암울한 세계관을 감안하면 세상을 지키기 위해 딸 레아에게 부득이한 희생을 강요하는 아드리아의 행적은 그냥 헬리콥터 부모로만 보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3막의 엔딩을 보면 결국엔 막장 헬리콥터 부모가 맞았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레아를 아버지라고 볼 수 있는 디아블로의 부활을 위한 스페어 육체로 삼았는데 디아블로의 힘을 온전히 잘 사용할 수 있는 그릇으로 만들기 위해 2막 중반부터 1:1 대인 지도를 아끼지 않은 것을 보면 빼도 박도 할 수 없는 부분이다. -- 럭스는 배경을 알고 보니 겉으로 보이는 캐릭터의 이미지처럼 마냥 밝고 쾌활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 등장하는 챔피언 설정은 유니버스 이후 상당히 많이 변한 부분이 있지만 럭스(럭산나 크라운가드)는 변경 전이나 변경된 이후나 헬리콥터 부모로 인해 고통받은 사례다. 유니버스 이전에 정의의 전장에 참가하게 된 배경을 다루는 뒷이야기 '리그의 심판'에서는 오빠인 가렌 외에도 부모와의 관계를 잠시 엿볼 수 있는데 이 부모가 국왕의 명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가족이 보살핌이 필요한 아이였던 럭스를 군에 강제로 징집시켰다는 사실이 -- 염려했지만 오히려 그녀의 부모는 럭스의 입대를 가문의 영광이며 데마시아에 큰 도움이 될 것을 의심치 않는 모습을 보이며 자식보다는 가문과 국가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아이를 떠나보내는 시점에서 거리가 멀어지므로 완벽하게 헬리콥터 부모는 아니게 됐지만 군 입대와 같이 인생사를 좌지우지할만한 중요한 선택을 부모가 휘두른 시점에서는 이미 최악의 헬리콥터 부모지만 말이다. [hc_hd_190215_007.jpg] 징병제를 택하고 있는 한국 한정으로는 강제로 군대를 보낸 옛 설정의 크라운가드 부모가 보여준 막장도가 유독 심해 보일지도 -- 물론 이는 기본적으로 정의의 선역으로 대표되고 있던 데마시아가 실은 전체주의와 독선적인 사상을 국민 전체에게 강요하는 폐쇄적인 국가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긴 하지만 설정 변경과 관련 없이 딸의 삶을 제멋대로 쥐고 흔들고 있다는 점에서 크라운가드 남매의 부모는 적어도 럭스 한정으로 심각한 수준의 헬리콥터 부모라 볼 수 있다. ■ 자식에게 헬리콥터 부모 인증서 발급받았습니다 [hc_hd_190215_008.jpg] 과... 과연 불혹! -- 그 때문에 딸에게는 '자식과 포켓몬을 도구로 여기는 인물'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을 들으며 아들에게도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 옳다고 생각하는 독선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제3 자도 아닌 자식들에게 직접적으로 자신을 도구로 취급한 사실을 언급당하며 헬리콥터 부모 인증을 받은 셈이다. 처음부터 자식과의 관계가 막장이었던 다른 사례들과는 달리 그나마 루자미네는 본래 자식들과 평범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던 부모였으며 확장판인 울트라썬·울트라문이나 게임을 기반으로 한 애니메이션에서는 오히려 아이들의 안위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희생하기까지 했다. 시간이 지나도 막장도가 변하거나 되려 심해진 다른 헬리콥터 부모들과는 달리 취급이 점점 나아진 독특한 케이스인 셈이다. [hc_hd_190215_010.jpg] 게임 기반 애니메이션에서는 일 중독자 설정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부모로서의 역할을 하려는 캐릭터다 ■ 대물림되는 헬리콥터 부모의 계보 [hc_hd_190215_011.jpg] 처음 볼 땐 날카로운 인상이긴 해도 막장 인성의 소유자로 보이진 않아 보이나 부모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최악의 인물 -- 언뜻 보면 창작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뒤늦은 자책과 후회 끝에 세상을 하직하는 피해자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딸이었던 알마를 실험체로 제공한 것도 모자라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원하지 않는 임신과 출산을 강제했고 그렇게 낳은 자식들을 알마와 분단시킨 탓에 사고가 발생하자 주저 없이 자신의 친딸을 살해한 비정하기 짝이 없는 막장 헬리콥터 부모라는 사실이 후에 밝혀진다. 그나마 말년에는 새로 얻은 자식에게는 진심 어린 애정을 쏟았고 자식의 인생을 자기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다가 목숨까지 잃게 -- 알마를 해방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비치는 그의 모습, 아마 자신의 끔살 엔딩을 직감했을지도 심지어 제대로 된 훈육과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라다가 죽은 알마는 자신의 두 번째 자식인 팩스톤 페텔을 자식을 도구로 사용하다가 죽음에 이르게 하는 등 아버지와 똑같이 막장 헬리콥터 부모의 길을 걷게 된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