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설가 이나미씨가 신문에 기고한 ‘헬리콥터 맘’이라는 글을 읽고 지금 자원봉사센터에서 업무를 통해 느끼는 몇몇 부모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요즘 1가구 1자녀 가정이 많아지면서 재미있는 단어가 생겼다고 한다. 자녀의 학교 주변을 맴돌면서 일일이 간섭하고 전화 거는 부모들을 일컬어 ‘헬리콥터 맘’이라고 부르며, “뭐든지 말만 해! 엄마가 다 해줄게”라고 하면서 자녀 스스로 해야 할 일까지 챙겨준다고 한다. 유치원에서 도화지에 선 긋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시작으로 자녀의 인생에 개입하기 시작한 ‘헬리콥터 부모’들은 자녀들의 가방 챙기기에서부터 숙제까지 다 관여한다. 자녀들의 대학생활과 결혼, 심지어 직장생활에까지 관여하는 경우가 늘면서 사회적 부작용도 만만찮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자녀들의 취업 설명회가 부모를 상대로 열리기도 하고, 나약한 부하직원을 어떻게 다룰지 몰라 직장 상사들이 곤욕을 치른다고 한다. 일찍부터 자녀들의 독립심을 키운다는 미국도 ‘헬리콥터 부모’의 극성이 유별나다고 한다. 대학 강좌 신청부터 기숙사 룸메이트 선정까지 관여하고, 취업시즌엔 대기업을 찾아다니며 자녀 홍보에 열을 쏟고, 연봉협상까지 부모가 대신 나서서 해결하는 부모가 많다니 실로 믿기 어렵다.


우리에게도 이런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가 대졸 신입사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약 30%의 직원은 부모가 찍어준 회사를 선택했다고 답했다. 어머니에 대한 지나친 의존으로 배우자 선택을 못하는 남성이 많은 것도 이런 경향에 다름 아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헬리콥터 키즈’다. 이들은 부모의 간섭을 부담스러워하거나 거부하기는커녕 당연하게 여기고 의존하기까지 한다. 아예 골치 아픈 직장생활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금력이 넉넉한 부모에게 의지해서 살아가는 ‘M&F(Mother & Father) 펀드족’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헬리콥터 부모가 늘어나는 원인을 상대적으로 부유해진 경제력, 줄어든 자녀 수, 부모의 고학력 등이라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자녀가 여럿이고 생업에 종사하다 보면 아이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지만 요즘에는 풍족해진 시간과 돈을 한두 명의 자녀에게 쏟아붓다 보니 나타나게 된 현상이라는 것이다. 부모의 과잉보호를 받아온 응석받이들이 양산된 결과다. 궁핍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전후(戰後)세대들이 경제적 풍요함과 줄어든 자녀, 아이를 통한 자아실현을 위해 자녀를 과잉보호하면서 비롯된 문제다.


자원봉사센터를 왕래하는 부모들 중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으로 비치는 부모들이 눈에 띄곤 한다. 자녀의 자원봉사활동 점수를 채우기 위해 자녀 대신 자원봉사센터나 자원봉사활동수요처를 순회하고, 쉽게 자원봉사를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찾아가서 할 수 있게 해달라고 떼쓰는 부모, 우리 아이는 곱게 자라서 환경정화 봉사처럼 밖에서 하는 일은 힘드니까 실내에서 할 수 있고 쉬운 활동만 시켜달라고 전화하는 부모, 일일이 봉사활동 장소까지 승용차로 자녀를 데리고 왔다가 데려가는 부모가 있다. 더 나아가 자녀를 대신하여 찾아 온 몇몇 부모는 본인이 자원봉사활동을 대신하고 그 시간을 자녀들에게 적립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은밀히 얘기하는 부모도 있다.


‘학생 자원봉사활동 점수’ 제도는 학생들이 일정 시간 봉사활동을 하면 내신점수로 인정해 주는 것이다.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 봉사 시간이나 관련 수상 경력 등을 기준으로 수시모집에서 학생을 뽑는 대학과 가산점을 부여하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어 ‘봉사 시간’을 관리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열성이 지나친 일부 부모들은 자녀의 대학입시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다면 앞뒤 가리지 않고 자녀의 사소한 자원봉사의 결정이나 행동에도 지나치게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장차 자식들이 타인에 대한 의존심이 커져 자신감, 독립심을 잃게 되는 우려가 많다는 것을 망각한 채 말이다. 성장기 자녀들은 처음엔 부모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다가 차츰 사회로 관심을 옮겨가는 것이 정상이다.


이제부터라도 경쟁사회에서 나의 자녀가 강건하게 버텨내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자녀가 무조건 응석만 부리거나 모든 것을 쉽게 생각하는 안이한 생각에 머물게 하기보다는 값진 봉사활동에 참가해 남을 먼저 배려하고 독립심을 스스로 키워갈 수 있도록 하루빨리 ‘헬리콥터’를 내리는 길밖에 없을 것 같다. 점점 경쟁하듯 왜곡된 자식 사랑이 입에 오르내릴수록, 새삼 ‘보이지 않는 자식 사랑’으로 매사 엄격하고 무뚝뚝해서 무관심한 건 아닐까 서운했던 적도 있는 우리네 부모님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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