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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문화체육부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16~17일 양일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인식조사를 한 결과,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국민의 67.8%가 앞으로 '예방접종을 받을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반면 '받을 의향이 없다'는 12.9%, '잘 모르겠다'는 19.1%로 나타났다.

국민 70%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는 정부 목표를 고려했을 때, 예방 접종 의향이 낮게 나온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냥 안심할만한 수치라고 보긴 어렵다. 전문가들은 변이 바이러스와 19세 미만에게는 당장 백신 접종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비춰 국민의 80~90%가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보건소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사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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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종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백신 신뢰도 제고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고, 질병관리청에서는 꾸준히 백신 관련 쟁점이나 이상반응에 대한 논의 결과 및 해명 자료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백신 접종 후에 일어나는 사망이나 이상 반응을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속보'식으로 보도하는 언론 보도, SNS 상으로 퍼지는 '백신 가짜뉴스' 등은 여전히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유튜브로 퍼지는 가짜뉴스들은 더 교묘해지고 있다. 근거 없고 조잡해 보이는 '지라시'가 아니라, 의사나 목사 혹은 인기 유튜버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직접 나서서 백신에 대한 불신을 부추기는 상황이다.

종교집단발 백신 음모론들... 이건 약과다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백신 가짜뉴스는 극소수 종교 집단에서 퍼트리는 '백신 음모론'이다. 지난 2일 정세균 총리가 '백신 가짜뉴스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밝힌 "낙태아의 유전자로 코로나 백신을 만든다" "접종받은 사람들이 발작을 일으키고 좀비처럼 변한다"와 같은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특히 종교 집단에서 이야기되는 두 가지 대표적인 가짜뉴스는 '빌게이츠 음모론'과 '백신 베리칩(Verichip)'설이다.

'빌게이츠 음모론'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가 투자하는 백신이 DNA를 조작하거나, 백신 접종한 사람을 노예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이다. 올해 초 집단감염이 일어나 논란이 됐던 인터콥선교회(BTJ열방센터) 최바울 대표가 "빌게이츠가 투자한 DNA 백신을 맞지 말라"고 해서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빌 게이츠가 운영하는 빌&멀린다 게이츠 재단은 2019년 화이자와 함께 백신을 만든 바이오엔텍에 투자한 바 있으며, 이는 mRNA 백신이다. DNA 백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콥선교회 최바울 대표의 강연 영상
 인터콥선교회 최바울 대표의 강연 영상
ⓒ 인터콥선교회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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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베리칩'은 백신이 신원을 확인해주는 '베리칩'의 기능을 하고, 심지어 이것이 성경에 나오는 '666 짐승의 표'로서 백신을 맞으면 사탄에게 지배를 받으며 뇌를 조종당하게 된다는 등의 황당한 음모론이다.

그러나 이는 일부 종교 집단에서만 통용되는 음모론이고, 최근에는 이러한 주장을 반박하는 교회들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파급력은 약하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전문가들이 잘못된 주장을 펼치거나, 정치적인 목적으로 '백신 불신'을 키우는 경우다.

백신 부정하는 전문가, 황당한 의혹 제기하는 극우 유튜버

지난 2월 25일 춘천 중도 선사유적지 보존본부라는 시민단체는 헌법재판소 앞에서 "코로나19 살인백신 접종은 대국민 살인"이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백신 없이 수일만에 저절로 없어진다" "코로나19는 감기의 일종이다"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런데 <청년의사>, MBC <스트레이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 단체 관계자는 '백신 무용' 주장의 근거를 이아무개 서울대 명예교수 발언에서 찾았다.

면역학을 전공한 이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의료인 연합(가칭)'을 내걸고 코로나19 백신 의무접종 반대 서명서를 받는가 하면, "코로나19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없다" "mRNA 백신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을 펼쳐서 논란이 됐다.

이 교수의 주장은 <세계적 면역학자의 백신에 대한 경고_이OO 서울대 명예교수>(현재 삭제)와 같은 이름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대다수 감염병 전문가들과 상반된 그의 코로나19 관련 발언은 교회 유튜브 채널, 언론사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퍼져나가는 상황에서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높다.

과학기술계 네트워크인 '더사실포럼'은 "짧은 시간에 백신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이 교수의 주장에 대해,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제작한 백신 제작 다큐멘터리를 페이스북에 공유하며 반박하기도 했다.
  
이아무개 교수의 유튜브 인터뷰 영상 썸네일
 이아무개 교수의 유튜브 인터뷰 영상 썸네일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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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목적에 따라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는 경우도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한국의 백신 접종 사업의 상징처럼 여겨지므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면서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들은 23일 문재인 대통령이 백신을 맞는 과정을 문제 삼았다. 접종하기 전 간호사가 주사기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추출한 뒤, 잠시 파티션 뒤로 갔다가 캡을 씌운 주사기를 갖고 나오는 과정에서 주사기를 바꿔치기 한 게 아니냐며 음모론을 제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지 않았다는 이들의 주장은 '백신 신뢰도'를 흔드는 위험한 주장이다. 

문 대통령의 접종 과정에 대해 수많은 극우 유튜버들은 정부 공격용 콘텐츠로 만들었다. 구독자가 8만에 달하는 한 유튜버는 현직 전문의라는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쇼'라는 의혹을 제기했고, "(백신을) 맞은 걸로 안 쳐주겠다가 제 공식 입장이다"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심지어 구독자가 63만명에 달하는 '가로세로연구소' 등은 문 대통령에게 백신을 접종한 간호사를 지목하며 '간호사의 비밀'이라는 영상을 올리기까지 했다. 뉴시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해당 간호사는 일부 단체와 개인으로부터 "양심 선언을 해야 한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 음모론'이 현장 의료인들의 신변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의 스트리밍 영상 썸네일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의 스트리밍 영상 썸네일
ⓒ 유튜브 가로세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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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유튜브에서 무분별하게 퍼지는 '백신 가짜뉴스'에 대해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민주언론시민연합 전 공동대표)은 "유튜브를 통제하기는 어렵다. 공신력 있는 질병청에서 가짜뉴스가 있을 때마다 계속 해명을 하는 수밖에 없다"라며 "'뭐 이런것까지 대응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것만이 답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김 소장은 "질병청이 현재 가장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는 전문가 집단 아닌가. 이들이 가짜뉴스를 가장 빠르게 파악하고 답변해주고, 언론이 이 내용을 제대로 보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현재 질병청은 가짜뉴스에 대해 수사의뢰를 하거나, SNS 등 플랫폼에 삭제 차단 등은 요청하지만, 직접적인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가짜뉴스를 막기 어렵긴 하지만, 유튜브에 대해선 정부가 조금 더 강력한 대처를 요구해야 한다"라며 "정부 차원에서도 악의적인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조치할 수 있는 일들을 좀 더 살펴서, 강력한 처벌을 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스라엘 보건부는 지난 2월 코로나19 음모론을 제기한 의사 아리에 아브니의 면허를 취소한 바 있다.

지난 3일 '서울-이스라엘 코로나19 백신접종 온라인 컨퍼런스'에 참여했던 이 교수는 "이스라엘은 지역사회의 유대교 근본주의자 등과 타운홀 미팅 등을 하면서 백신 접종의 이점을 강조하면서 접종률을 올렸다고 한다"라며 "시민들이 다양한 경로로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를 가져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스라엘은 효과나 이상반응 등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데이터를 잘 만들어냈다"라며 "전반적으로 백신에 대한 대국민 소통과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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