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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료·건강

<백신 거부자들> 저자 “의심하는 이와 싸우기보다 긍정 메시지 줘라”

등록 :2021-10-25 04:59수정 :2021-10-25 09:16

조너선 버먼 뉴욕공대 의대 교수
“백신 접종=좋은 부모 부각시켜야”
“고용·여행 ‘백신패스’ 가능하지만
공동체 구성원 보호 노력도 필요
미접종자 500만명, 그들은 왜 백신을 꺼리나
① 고령·청장년층 20명 인터뷰
② 미접종자 접종 대책
③ ‘백신 거부자들’ 저자 제안
조너선 버먼 뉴욕공과대학 의대 교수
조너선 버먼 뉴욕공과대학 의대 교수

“백신 거부 운동에 맞서기 위한 ‘반박 전략’은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대신 백신 효과를 의심하는 이들에게 ‘자녀의 백신 접종이 좋은 부모가 되는 길’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백신 거부자들>(이상북스)의 저자인 조너선 버먼 뉴욕공과대학 의대 교수는 24일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버먼 교수는 책에서 백신 거부자들의 의혹 제기에 팩트체크식으로 반박하는 건 효과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창조주의 유사과학자인 두에인 기시의 이름을 딴 ‘기시 갤럽’이 하나의 사례인데, 기시 갤럽은 비과학적인 주장을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생산해 과학자나 정보당국이 대응할 수 없게 만드는 전술이다. ‘백신을 맞으면 안 되는 200가지 이유’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백신 거부론자들의 주장에 일일이 반박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반박하면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도 신념을 지닌 이들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은데다, 이들이 금세 또 다른 의혹을 생산한다는 얘기다. “애초에 대화하기에 부적절한 상대를 두고 백신 접종 이상반응의 ‘인과관계’와 ‘선후관계’를 설명한다고 해도, 그들은 새로운 의혹을 만들어낼 겁니다.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한 사람들에게 믿을 만한 근거가 있는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는 것이 낫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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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거부자들> 표지

버먼 교수는 ‘활동가’ 이력을 가진 독특한 학자다. 미국 텍사스대 보건과학센터에서 생물학을 공부했던 그는 2017년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모든 자료가 백악관 누리집에서 삭제됐다”는 글을 본 뒤 ‘과학을 위한 행진’(the March for Science)이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버먼 교수가 전국공동의장을 맡은 이 단체는 ‘과학적인 증거를 기반으로 정책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핵심가치를 토대로 백신 거부자에 대한 반대 운동, 기후변화 대책 마련 촉구, 총기 소지 반대 등의 사회운동을 펼쳤다.

그는 백신 효과를 의심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역사회 기반 전략’을 강조했다. 이웃이 자녀에게 백신을 접종하고 있고 그것이 좋은 부모가 되는 길임을 강조하는 등의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는 전략이다. 호소력이 큰 유명 연예인과 정치인, 지역 단위에선 종교 지도자나 지역 공동체 대표, 활동가 등이 밀착해 접종을 설득하는 사업을 도입하자는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의 제안과도 같은 맥락이다.

‘좋은 부모’에 초점을 둔 이유는 소아 백신 접종 거부 운동이 자녀에게 가장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부모의 욕구와 궤를 같이했음에 착안한 것이다. 그는 저서에서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욕망이 증거기반 의료를 부정하는 유사과학자, 정부의 통제에 저항하는 음모론자에 의해 왜곡됐다”고 꼬집었다. 버먼 교수는 “미국에서 소아에 대한 ‘홍역·볼거리·풍진’(MMR) 백신 접종 거부 운동이 일어나 홍역 발생이 늘었던 지역 종교시설(교회, 이슬람 사원 등)에서 지역사회 기반 전략은 효과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버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가장 먼저 시작한 미국에서 접종률이 57.7%(22일 기준)로 저조한 이유로는 ‘정치와 결탁한 백신 거부 운동’을 꼽았다. 버먼 교수는 “미국 역사에서 백신 거부 운동이 지금처럼 강력한 적이 없었는데, 이는 보수정치 세력과 끈끈하게 연결됐기 때문”이라며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백신 거부 운동이 중요한 구호로 사용되면서 백신 거부 정서를 키웠다”고 꼬집었다.

버먼 교수는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상대적으로 적고 접종률이 높은 것을 두고 “급성호흡기증후군(SARS)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을 경험하면서 공중보건에 대한 대중의 참여 의지가 높아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빠른 진단검사와 확진자 추적으로 팬데믹에 잘 대처했지만, 미국은 그런 역량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미국은 민간 보험에 기반한 시장형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부족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부족했지요.”

버먼 교수는 ‘백신 패스’를 두고는 “사회 구성원이 타인을 위험에 빠트릴 가능성이 있을 경우 고용이나 여행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기저질환에 대한 우려 등으로 끝내 백신을 접종받지 않는 공동체 구성원을 보호하려는 노력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신 접종률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체하고 점점 더 접종 대상자를 찾기 힘들어지게 마련이지만, 정부는 백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도저히 맞을 수 없는 사람들은 철저한 방역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감염되지 않도록 지역사회가 도와야 합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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