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없음 o 환원 (13) o 나오미토드 (1) o 여명가온 (3) o 예시예 (3) o Elin (0) o Kalliope (0) o Eurybia (2) o 사예 (12) POWERED BY TISTORY 커뮤/사예 졸업장 고마웠다. 0₩ 2021. 10. 17. 15:04 바란 적은 없지만. 애초에 나는 너네 졸업시킬 생각이었지 내가 졸업할 생각은 아니었어서, 네 졸업장 보고 꽤 놀랐다. 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고, 그 말 보고 위안을 얻는다는 게 웃기고. 네가 나한테 큰 영향력을 발휘하긴 했나보지. 일전 말한 적 있지만 사는 거 쉽지 않았다. 내가 한 말이 남에게 들리고, 내가 남의 말을 듣고, 누군가가 나를 기억하고 내가 누군가를 기억하는 거. 그게 나한테 여간 벅찬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너 덕분에, 아니, 때문에라고 해야하나. 어찌저찌 숨은 내쉬면서 다음으로 살았지. 그거 아니었으면 진작 창문 열고 뛰어내렸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지금 내가 안식을 얻은 게 다시 없을 만큼 기쁘고, 이것만이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평온이고 안온이란 것을 인정하니 너에게 정말 고마워 해야 할 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이렇게 만날 거였으면 나한테 왜 기대를 품게 했냐고 원망이라도 해야 할 타이밍인가? 여기 와서 오랜만에 잠 좀 푹 자고 맨정신으로 생각해보니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기대같은 건 내가 멋대로 품은 거니 책임은 내가 져야 마땅했고, 나는 여전히 내가 가진 무엇도 너의 탓이나 덕으로 남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으니. 네가 이전만큼 밉거나 싫지는 않다는 얘기다. 예전처럼 말 좀 길게 붙인다 싶으면 경기 일으키는 수준은 아니니 남은 시간 느긋하게 대화나 하며 떼워보자는 뜻이기도 하고. 답지 않게 낯간지럽고 징그러운 말 주고 받는 건 이번으로 끝내자. 그렇게 난 적도 없고 자란 적도 없는데 이어가자니 영 힘에 부친다. 넌 거기 있고 나는 여기에 있다. 여기 선이 있고, 우리는 이걸 서로 허락없이 몇번 침범했다. 발자국이 많이도 찍힌 탓에 그 선이 많이 흐려졌지. 이왕 흐려진 거 대충 없애고 시작하자. 솔직히 말하자면 지긋했던 삶도 끝낸 김에 연관된 거 다 훌훌 내버리고 혼자 어디 처박혀서 내도록 잠이나 자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은데, 받은 게 있으니 별 수 있나. 여기 있을 테니 넘어오고 싶으면 넘어와라. 근데 나도 넘어갈 거고, 네 거부 안 받을거다. 멱살 잡고 싶으면 잡고 머리 뜯고 싶으면 뜯어라. 나도 그럴거니까. … 말이 길어졌네. 그냥. 전처럼 도망은 안 갈거라고. 대체 나한테 뭘 바라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해보자. 그래. 저작자표시 '커뮤 > 사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믿고 있을게. (0) 2021.10.17 포기하지마. (0) 2021.10.17 졸업장 고마웠다. (0) 2021.10.17 05 (0) 2021.10.10 04 (0) 2021.10.08 03 (0) 2021.10.08 '커뮤/사예' Related Articles [ ] Secret 이전 1 2 3 4 5 6 7 8 9 10 ··· 39 다음 DESIGN BY TISTORY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