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졸업장

중앙일보

입력 1968.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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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가짜 졸업장을 만들었단다. 몇 가지 재료에다 가난한 양심과 꾀죄죄한 사상만 더 갖추면 얼마든지(?)가능한 일이다. 크게 놀랄만한 사건은 못 된다. 정작 놀랄 일은 그 다음에 있다.
그 가짜가 진짜를 실력으로 물리쳤다는 사실이다.
○…취직을 하려면 이력서나 졸업증명서 따위의 서류를 먼저 심사 받아야 한다. 시험관은 개인의 능력이나 개성과는 상관없이 제출된 서류만으로 개인의 가치를 판단한다.
실력이야 있건 없건, 서류야 진짜 건 가짜 건, 주문한 서류가 구비되어 있는 자에 한하여 시험이나 면접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제도를 생각해보면 가짜가 진짜를 물리쳤다고 깜짝 놀랄 수만도 없지 않은가. 가짜 졸업장을 만든 사람, 구질구질하게도 가짜를 사용하지 않을 수 없었던 실력 있는 사람. 진짜를 갖고도 합격될 수 없었던 사람….
이 엄청나고 치사한 부작용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가짜 졸업장을 만든 사람. 그것을 감쪽같이 돈을 주고 사야하는 사람. 그 가짜 졸업장에 의지하고 사람을 채용하는 사람. 그것보다도 이런 것이 무성한 사회제도가….아니 이 정도로 생각을 멈춰야 할까보다.

<김관오·서울 안산등18번지 11통 3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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